인간은 추억을 먹고 삽니다.
요즘 사회가 점점 더 입시 위주로 바뀌면서 소중한 추억을 놓치고 삽니다. 사람과 사람이 사는 관계의 풍성함을 잃고 살아갑니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알아야 하는 것, 배워야 하는 것이 실제로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감성적인 면이 많다는 사실을 압니다. 그 중에 하나가 추억입니다. 어려서 친구들과 함께 갔던 소풍과 수학여행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추억입니다.
나에게도 초등학교를 가려면 버스가 없어 십리 길을 걸어 다니던 추억이 있습니다.

 


그때는 먼 길을 함께 걸어갈 친구가 필요했습니다. 아침마다 학교를 갈 때면 집에서 출발하기 전에 친구의 이름을 부르며 신호를 보냅니다. 어김없이 친구는 큰소리로 답하고 마을 삼거리에서 만나 그렇게 먼 길을 함께 걸어 학교를 다녔습니다. 내가 나머지 공부를 하면 기다려주는 친구였습니다. 친구와 나는 늘 단짝이 되어 인생을 만들어 갔습니다. 길을 오가면서 만난 소낙비에 온몸이 젖었던 적이 너무 많습니다. 온몸이 흠뻑 젖고 책이 다 젖어 집에 옵니다. 하루는 너무 아파서 학교를 결석해야 할 상황인데, 혼자 학교 갈 친구가 보고 싶어서 결석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아침 길에 소나기를 만났습니다. 나는 우산도 없고, 비옷도 없습니다. 그때 친구는 아픈 나를 위해 자신의 우비를 내주었습니다. 나는 옷이 그대로였지만 친구는 온몸으로 비를 맞아 다 젖었습니다. 그날 나는 친구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빚을 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친구는 가정이 어려워 중간에 학업을 그만두고 사회인이 되었습니다. 몇 십 년이 지난 어느 날 부모님이 편찮으시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에 찾아왔습니다. 친구와 소식이 끊어진지 오래 되었는데도 병실 한구석에서 밤을 새며 지난 추억을 나누었습니다.

사람은 혼자 살지 못합니다. 함께 살아간 모든 시간을 추억으로 남길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그 추억이 살아가는데 큰 의미로 남아 있다면 그 사람은 큰 재산을 소유한 사람입니다. 추억은 가슴 깊이 남아 있어, 언제든지 꺼내어 사용할 수 있는 삶의 지혜입니다. 지금도 오솔길 함께 뛰던 가파른 산길을 생각하면 살아가면서 당하는 어려운 일을 웃으면서 넘깁니다. 가파른 산길, 숨 차 오르던 그 길을 뛰었던 추억을 생각나면 지금의 나는 괜찮습니다. 현재의 위기에 매이지 않고 조금의 생각을 열어놓을 수 있는 것은 추억의 힘입니다. 어쩌면 지식을 채우는 시간만큼 우리는 더 많은 추억, 이야기를 간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 인간에게 추억이 있다는 것은 보물을 감추어 둔 것과 같습니다. 필요할 때 언제든 꺼내어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추억은 나를 다시 아름다운 관계속으로 돌아가게 하는 힘이 됩니다. 나만의 이야기가 있다는 것은 남과 다른 역사를 가지고 사는 것입니다.

 


요즘처럼 스펙을 자랑하는 시대는 없습니다.
그러나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대부분 똑같습니다. 좀 기억에 남을만한 강의가 없습니다. 하지만 유독 이야기가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슴을 울리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힘은 누군가에게 오랜 시간 기억된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경험한 추억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는 사람의 강의가 기억나는 것은 그 사람만의 추억이기 때문입니다.